
저희 아파트 단지에서 작년까지 환경정비 일을 하시던 70대 어르신이 있었습니다. 월 27만 원 정도를 받으며 공익활동형으로 참여하셨는데, 올해 초에 우연히 복도에서 마주쳤을 때 표정이 확 달라져 있더군요. 예전 직장이 초등학교 행정실이었던 경력을 인정받아 '역량활용형'으로 전환되어 초등 돌봄 보조 일을 하게 되셨다고 합니다. 근무 시간은 늘었지만 월 90만 원가량의 소득이 생기면서 생활에 여유가 생겼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용돈 버는 느낌이 아니라 다시 사회에 필요한 사람이 된 것 같다"는 말씀이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역량활용형 일자리, 경력이 돈이 되는 구조
2026년 정부가 제공하는 노인 일자리는 총 115만 2천 개로 확대됩니다. 작년보다 5만 4천 개가 늘어난 규모인데, 단순히 숫자만 늘어난 게 아니라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이 중 가장 많이 늘어난 분야가 바로 '역량활용형' 일자리입니다. 여기서 역량활용형이란 단순 참여가 아니라 참여자의 경험과 전문성을 적극 활용하는 일자리 유형을 의미합니다. 전체 증가분의 약 67%를 차지하며 작년보다 3만 7천 개가 늘어나 총 19만 7천 개로 확대됩니다.
제가 직접 확인해본 결과, 역량활용형은 돌봄·안전·환경처럼 수요가 꾸준한 분야에 집중 배치되고 있었습니다. 새롭게 생기는 일자리도 눈에 띕니다.
- 통합 돌봄이가 1,602명
- 푸드뱅크 관리자 680명
- 안심과 도움이 951명
- 유치원 시니어 돌봄사 500명 (시범사업)
특히 유치원 시니어 돌봄사는 30시간의 특화 교육을 받고 유치원 아침·저녁 돌봄을 담당하는데, 월 90만 원 수준의 급여가 지급됩니다. 공익활동형의 월 29만 원(연 11개월 참여)에 비하면 세 배 이상 차이가 나는 셈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단순히 '노인용 일자리'라는 틀을 벗어나 실제 사회 서비스 공백을 경험 있는 시니어로 채우겠다는 방향이 분명해 보였습니다.
다만 신청 과정에서 온라인 중심 구조가 초기 장벽이 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앞서 언급한 어르신도 처음엔 주민센터 도움을 받아야 했고, 경쟁이 있는 지역에서는 원하는 유형에 바로 배치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정책의 방향은 좋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개인 경력과 지역 수요를 정확히 매칭하는 과정이 관건이라는 걸 느꼈습니다.
공동체 사업단, 월 267만 원의 실체
공동체 사업단은 외식·제조·지역 서비스 같은 분야에서 노인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형태입니다. 올해는 6만 5천 개로 1천 개가 늘어나며 초기 투자비 지원과 성장 컨설팅까지 함께 제공됩니다. 여기서 참여 노인 1인당 267만 원 내외의 지원이 이루어진다고 하는데, 이 부분은 신중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실제로 보건복지부 자료를 확인해 본 결과, 267만 원은 '월급'이 아니라 사업단 운영을 위한 '총 지원금'을 참여 인원으로 나눈 평균 금액입니다. 쉽게 말해, 사업단 초기 투자비와 운영비를 포함한 전체 예산을 인원수로 나눈 값이지, 개인이 매달 손에 쥐는 소득과는 다릅니다. 실제 수익 구조는 사업단마다 천차만별이며,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까지는 시간이 걸립니다.
일부 사례에서 월 300만 원 수준을 강조하는 홍보가 있지만, 이는 극히 제한적인 경우입니다. 대다수는 여전히 월 30만~90만 원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과도한 기대를 유도하는 홍보는 오히려 실망을 키울 수 있습니다. ROI(투자자본수익률) 관점에서 보면, 공동체 사업단은 초기 투자 대비 회수 기간이 최소 6개월 이상 소요되는 구조입니다. 여기서 ROI란 투자한 자본 대비 얼마나 수익을 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사업의 효율성을 판단하는 핵심 기준입니다.
실제로 부천 지역의 한 공동체 사업단 사례를 들어보면, 반찬 가게를 운영하는 5인 사업단은 초기 3개월간은 수익이 거의 없었고, 6개월째부터 월 50만~70만 원 수준의 개인 소득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기까지는 사업 경험, 지역 수요, 운영 역량이 모두 맞아떨어져야 한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현장에서 느낀 실질적인 기회와 한계
이미 모집은 상당 부분 진행됐습니다. 지난해 12월부터 97만 개 일자리에 대한 모집이 시작됐고, 집중 모집 기간에는 122만 명이 신청해 경쟁률은 1.24대 1이었습니다. 언론에서는 탈락자가 많다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실제로는 신청자 10명 중 여덟 명 정도는 일자리에 참여하고 있고 중도 포기자가 많아서 대기자가 연중 추가로 참여하는 구조입니다.
제 경험상 지금은 오히려 일을 할 중장년 신청자분들이 부족한 상황처럼 보입니다. 취업형·창업형 일자리 24만 6천 개는 연중 상시 모집이라 기회가 계속 열려 있기 때문에, 지금이야말로 신청만 하면 선발되는 적기로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신청 방법은 가까운 노인 일자리 수행 기관 방문 또는 '노인 일자리 여기' 누리집을 통한 온라인 신청이 가능합니다.
다만 몇 가지 한계도 분명히 짚어야 합니다. 첫째, 양적 확대에 비해 직무 전문성 관리와 안전·근로 조건 개선이 충분한지는 의문입니다. 역량활용형이라고 해도 실제 현장에서는 체계적인 교육이나 안전 장치 없이 투입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둘째, 온라인 신청 중심 구조는 정보 접근성이 낮은 어르신들에게 또 다른 장벽이 될 수 있습니다.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가 부족한 경우 아예 신청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도 봤습니다. 여기서 디지털 리터러시란 디지털 기기와 온라인 서비스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결국 핵심은 '일자리 숫자'가 아니라 지속 가능성과 소득의 실질적 안정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앞으로 노인 일자리를 단순한 공공 근로 개념에서 벗어나 맞춤형·숙련형 일자리로 계속 전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실제 현장에서도 경력과 수요를 정확히 연결하는 시스템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해당되시는 분들, 그리고 부모님이 계신 분들은 올해 노인 일자리 구조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꼭 한번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일손이 부족한 상황을 해결하면서 개인에게는 쏠쏠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분명 있습니다. 다만 과도한 기대보다는, 본인의 경력과 체력을 냉정하게 점검한 후 적합한 유형을 선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